3월 14일부터 3월 31일까지 기상시간,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시간, 집에 돌아온 시간, 책 읽은 시간, 자려고 누운 시간을 매일 기록했다. 참고로 난 늘 목표가 거창하다.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겠다며 계획을 세운다. 일명 미라클모닝. 현실은 독서는 둘째치고 출근시간을 겨우 맞출 시간에 일어나 부랴부랴 나가기 바쁘다. 실상 10분도 읽지 못하면서 아침 1시간 독서는 적은 것 같아 아침 독서는 꼭 2시간으로 잡아두는 타입. 단 한 번도 아침에 2시간을 읽은 적이 없건만 가끔 삘 받을 때 주말 중 하루 서너 시간 읽은 적이 있으니 왠지 매일 2시간 독서가 무리는 안 될 것 같았다. 근데 결과야 매번 실패니, 이번에는 기록을 해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보고 싶었다.
기록 결과, 1시간 넘는 날이 손에 꼽는다. 3/14~3/31 중 12일의 기록이 적혀 있는데 쭉 나열해보면 이렇다. 1시간 39분, 26분, 0분, 27분, 1시간 45분, 36분, 0분, 14분, 52분, 0분, 0분, 0분. 아마 기록되지 않은 6일도 0분이었던 것 같다. 1시간 39분, 1시간 45분, 52분 읽은 날은 진짜 뿌듯하다. 52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평일이다. 심지어 퇴근도 늦었는데 나 나름대로는 피곤해서 침침해진 눈으로 열심히 읽은 것이다. 여튼 기록으로 알 수 있는 건 내가 느끼는 것보다 주차 등으로 퇴근 시간이 늦다는 점, 퇴근 시간이 빠르다고 해서 책을 더 읽는 것도 아니고 늦다고 해서 책을 덜 읽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. 또한 한 번 놓아버리면 독서를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도. 그래서인지 3월 27일부터는 쭈욱 0분이다.
기상시간은 더더욱 놀랍다. 늘 미라클모닝을 꿈꿨는데 7시 전에 일어난 날이 없다. 아침에 일어나서 여유있게 씻고 아침까지 먹으려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. 7시 30분에 일어나도 여유가 없다. 그런데 기상시간은 7:50, 7:00, 7:18, 7:45, 7:49, 6:32, 7:50, 7:24, 7:44, 8:17, 7:45, 7:49, 7:56, 7:57, 7:31 이다. 3일 정도를 제외하면 8:15~8:21 사이에 집을 나섰다. 사실 이때가 출근 마지노선이다. 이 시간보다 더 늦으면 1~2분 전에 겨우 도착하거나 지각이다.
자는 시간은 다른 기록보다는 덜 기록됐는데 요즘은 피곤한 것도 있고 취침습관이 좋아져서 늦게 자지는 않는다. 퇴근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늦었다. 카페를 갔다 온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퇴근 후 바로 들어왔는데 퇴근시간이 어정쩡해지면 주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더 걸린다. 내가 생각한 것보다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퇴근해서 잠들기 전까지 다양한 것들을 하며 빡빡하게 살기에는 시간이 많진 않다. 독서를 하려면 독서만 해야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무계획적인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.
기록의 편의성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사야 하나 생각도 했다. 근데 내가 직접 적어서 채워나가는 게 더 뿌듯하기도 하고. 3월엔 나름 기록을 꾸준히 했는데 4월 첫주는 또 엄청난 계획을 세우면서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갔다. 4월 6일, 내일부터 다시 기상시간/출근시간/퇴근시간/책읽은시간/잠자는시간을 기록해야겠다.
그래도 나라는 인간, 목표를 포기 못한다. 4월 목표는 기상시간은 7시로, 책읽은시간은 1시간 이상, 잠자는시간은 11시로 꼬박꼬박 맞춰보겠다. 고정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게 내 몸에 참 좋았는데. 요것만큼은 꾸준히 도전해보아야겠다. 나처럼 매번 목표만 세우고 지치는 타입인 분이 있다면, 목표 세우기에 앞서 한 달 정도 기록을 통해 원래의 습관을 관찰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. 4월의 기록이 효과적인 목표 설정과 실천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^_^